BBC, 넷플릭스를 앞섰다…영국 미디어 시장은 ‘플랫폼 공존’

영국 성인의 10명 중 7명(70%)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TV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셜미디어 67%, 넷플릭스(Netflix) 등 스트리밍 플랫폼 64%보다 높은 수치다.

유고브(YouGov)가 2026년 6월 5일 공개한 ‘영국 미디어 소비 트렌드 2026(UK media consumption trends in 2026)’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주간 미디어 이용에서 방송 TV가 여전히 가장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6년 5월 19~20일 영국 성인 2,1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플랫폼별 이용률은 미디어 소비자 2,081명을 기준으로 제시됐다. 조사 결과는 글로벌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가 미디어 이용 시간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에도, 영국에서는 여전히 방송 TV와 공영 미디어가 핵심 접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BC 62%, 넷플릭스 55%…공영 미디어의 방어선

개별 미디어 플랫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 곳은 영국 공영방송 BBC였다. 영국 미디어 소비자의 62%가 BBC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용한다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55%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종이책·전자책 등 도서가 46%, 인스타그램(Instagram)과 ITV가 각각 43%, 채널4(Channel 4)가 39%,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 37%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영국 시장에서 BBC가 넷플릭스보다 시청자들과 넓은 접점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55세 이상에서 BBC는 이용률 77%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45~54세에서도 65%로 비교적 높았다. 다만 18~24세와 25~34세에서는 각각 41%에 머물러 젊은 층으로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구조가 뚜렷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중장년층으로 확장된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격을 보여줬다. 35~44세 이용률은 65%, 45~54세는 63%, 25~34세는 61%였다.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46%로 낮아졌다. 넷플릭스가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을 넘어 가족 단위·중년층 시청 습관에 깊게 들어갔지만, 고령층에서는 BBC와 ITV 등 전통 방송 브랜드의 장벽을 아직은 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층은 인스타그램·틱톡·스포티파이로 이동

연령별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18~24세에서는 인스타그램 이용률이 70%로 전체 플랫폼 중 가장 높았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67%, 넷플릭스는 55%, 틱톡(TikTok)은 50%였다. 같은 연령대에서 BBC는 41%, ITV와 채널4는 각각 18%에 그쳤다. 젊은 시청자에게 ‘미디어’는 방송 채널보다 소셜 피드, 음악 스트리밍, 숏폼 영상, 주문형 콘텐츠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난다.

25~34세에서도 인스타그램 65%, 넷플릭스 61%, 스포티파이 50%가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연령대부터는 BBC 41%, 아마존 프라임 37% 등 방송·스트리밍·소셜미디어가 혼재된 패턴이 나타난다. 35~44세에서는 넷플릭스가 65%로 가장 높았고, BBC 54%, 인스타그램 50%가 뒤를 이었다. 젊은 세대에서 소셜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소비가 30대 후반 이후에는 다시 방송과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조합되는 흐름이다.

55세 이상은 BBC·ITV·신문·도서가 강세

55세 이상에서는 BBC 77%, ITV 62%, 도서 56%, 채널4 53%, 신문 45% 순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은 25%, 스포티파이는 17%, 틱톡은 8%에 그쳤다. 이는 영국 미디어 시장이 하나의 플랫폼 질서로 통합되기보다 세대별로 다른 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문은 전체 이용률이 29%에 불과했지만 55세 이상에서는 45%까지 올라갔다. 반대로 틱톡은 전체 이용률 21%였지만 18~24세에서는 50%를 기록했다. 같은 영국 미디어 시장 안에서도 고령층은 방송·신문·도서 중심, 청년층은 소셜미디어·음악·숏폼 중심으로 분리되고 있는 셈이다.

하루 미디어 이용 시간은 1~3시간이 중심

미디어 소비 시간은 하루 1~3시간 구간에 집중됐다. 전체 미디어 소비자의 24%는 하루 1~2시간, 29%는 2~3시간을 미디어 이용에 썼다. 3~4시간은 17%, 4시간 초과는 19%였다. 다시 말해 영국 성인 5명 중 1명 가까이는 하루 4시간 이상을 TV, 스트리밍, 소셜미디어, 게임, 인쇄매체 등에 사용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18~24세는 2~3시간 이용자가 34%로 가장 많았고, 3~4시간도 21%였다. 25~34세는 4시간 초과 비중이 2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미디어 이용량이 많은 집단이 반드시 가장 어린 세대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영국 시장의 핵심은 ‘방송의 몰락’이 아니라 ‘플랫폼 공존’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방송 TV의 생존이다. 영국 성인의 70%가 여전히 매주 방송 TV를 이용하고, BBC는 넷플릭스보다 높은 주간 이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레거시 미디어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면 사라진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다. 영국에서는 BBC, ITV, 채널4 같은 방송 브랜드가 라이브와 주문형 서비스를 결합하며 여전히 강한 이용자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래 경쟁 구도는 안정적이지 않다. 18~24세에서 BBC와 ITV의 이용률은 인스타그램, 스포티파이, 틱톡에 크게 뒤처진다. 방송 브랜드가 고령층의 충성도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이용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넷플릭스와 소셜미디어 역시 모든 세대를 장악한 것은 아니다. 55세 이상에서는 전통 방송과 도서, 신문이 여전히 강하다.

영국 미디어 시장은 스트리밍이 방송을 대체하는 일방향 변화가 아니라, 세대별 이용 습관이 갈라지는 다층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BBC가 넷플릭스를 앞섰다는 수치는 공영 미디어의 마지막 방어선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공영 플랫폼 전략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