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풋볼로 선방한 미국 방송...스트리밍은 정체기
방송·케이블, 넉 달 만에 성장 반전
2025년 8월 미국 TV 시장은 오랜만에 전통 미디어가 웃었다. 닐슨(Nielsen)의 월간 ‘더 게이지(The Gauge)’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과 케이블이 동시에 점유율을 확대하며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방송은 19.1%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올랐고, 케이블은 22.5%로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반등의 중심에는 대학 풋볼(College Football) 개막이 있었다. 8월 마지막 주(25~31일) 오하이오주립대와 텍사스대가 맞붙은 ‘빅 눈 새터데이(Big Noon Saturday)’는 1,660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8월 전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ABC가 중계한 노트르담-마이애미, 앨라배마-플로리다주립대, LSU-클렘슨 경기도 각각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하며 방송사의 지분을 크게 끌어올렸다.
케이블 역시 스포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ESPN은 대학 풋볼 중계가 몰리며 시청이 25% 급증했고, 18~49세 시청층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얻었다. 8월 한 달 동안 케이블 전체 시청에서 스포츠 비중은 9%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30% 늘어난 수치다. 전통 TV가 단기간 반등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였다.
스트리밍, 고점 찍고 하락세로
대조적으로 스트리밍은 46.4%를 기록하며 7월(47.3%) 대비 0.9%포인트 줄었다.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흐름이 끊긴 것이다. 닐슨은 새 학기 시작에 따른 아동·청소년(6~17세) 시청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전체 TV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2% 줄었는데, 같은 기간 청소년층은 9%나 급감했다.
특히 주차별 변화를 보면, 8월 첫 주와 마지막 주 사이 청소년 시청은 21%나 감소했다. 스트리밍 사용량만 놓고 보면 월간 기준으로 8% 하락, 첫 주 대비 마지막 주에는 무려 22% 급감했다. 이는 계절적 요인이 플랫폼 전반의 성과를 크게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7월과의 비교: 유튜브 소폭 하락, 디즈니는 급등
7월과 비교하면 각 플랫폼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튜브: 7월 13.4%에서 8월 13.1%로 하락(-0.3%p). 여전히 전체 1위지만, 대학 풋볼이 시작되면서 방송·케이블 점유율이 일부 회복한 영향으로 보인다.
디즈니: 7월 9.4%에서 8월 9.7%로 상승(+0.3%p). ABC와 ESPN의 스포츠 중계 효과가 컸다. 특히 ESPN은 196% 폭증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ABC 역시 29% 늘어났다. 덕분에 디즈니는 첫 주 8.9%에서 마지막 주 11.5%로 치솟았다.
넷플릭스: 7월 8.8%에서 8월 8.7%로 소폭 하락(-0.1%p). 다만 「Wednesday」, 「K-Pop Demon Hunters」, 「The Hunting Wives」, 「Sullivan’s Crossing」 등 4개 작품이 합산 220억 분 이상 시청되며 콘텐츠 파워는 여전했다.
아마존 프라임, 유일한 스트리밍 상승
스트리밍 중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만이 유일하게 점유율을 높였다. 3.9%를 기록하며 2025년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지난해 12월 기록한 자체 최고치(4.0%)에 근접했다.
이는 청소년용 로맨스 드라마 「The Summer I Turned Pretty」, 중장년층을 겨냥한 범죄 시리즈 「Ballard」, 8월 21일 NFL 프리시즌 경기 중계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다.
NBCU·파라마운트·폭스의 선방
NBC유니버설: 7.6%로 7월과 동일. NFL과 대학 풋볼 중계 효과 덕분에 하락을 막았다.
파라마운트: 7.1%로 전월보다 0.1%p 증가. CBS 계열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가 영향을 미쳤다.
폭스: 6.7%로 0.2%p 상승. 8월 마지막 주에는 풋볼 경기 덕분에 계열사 시청률이 36% 뛰었다.
이외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5.8%), 로쿠 채널(2.8%), 튜비(2.2%), 위글(1.4%), A+E·홀마크(각 1.1%), AMC 네트웍스(0.8%) 등이 뒤를 이었다.
광고 기반 TV의 확대
2025년 2분기 집계에 따르면 전체 TV의 73.6%가 광고 기반(Ad-Supported) 모델에 해당했다. 이는 1분기 72.4%에서 더 늘어난 수치다. 특히 스트리밍 내 광고 기반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
ㅇ 케이블 광고 지원: 28.7%
ㅇ 방송 광고 지원: 26.0%
이는 로쿠 채널, 튜비, 피콕 등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플랫폼 성장과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의 광고 요금제 확대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존 방송·케이블과 함께 스트리밍 시장이 새로운 광고 지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 주는 시사점
8월 결과는 전통 미디어가 여전히 스포츠라는 확실한 무기를 통해 시청자를 불러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반등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9월부터 본격화되는 NFL 정규 시즌,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새 방송 시즌이 얼마나 장기적인 영향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스트리밍은 단기적으로 정체했지만, 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다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3.1%로 6개월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아마존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의 중요성을 입증했고, 디즈니는 스포츠와 방송 계열사 자산을 결합한 전략으로 주가를 올렸다.
궁극적으로 미국 TV 시장은 스포츠·광고 기반 스트리밍·플랫폼 오리지널 경쟁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통 방송은 ‘이벤트성 콘텐츠’로 반등을 노리고, 스트리밍은 꾸준한 투자와 스포츠 진출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