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 3파전 각축…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컴캐스트·넷플릭스 누구의 품으로 【상】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이하 WBD) 인수를 위한 입찰에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 컴캐스트(Comcast), 넷플릭스(Netflix) 세 곳이 1차 제안서를 제출 했다.
지난 10월 WBD 이사회가 회사 전체 또는 일부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 검토에 착수했다고 공식화한 이후, 11월 20일(현지 시각) 마감된 1차 비구속 입찰에 시장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WBD는 애초 2026년까지 스튜디오·스트리밍 부문과 글로벌 네트워크 부문을 분할 상장하는 계획을 제시하며 “분할 후 가치 극대화” 전략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부채 부담과 케이블 사업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되면서, 단순 분할을 넘어 통매각과 분할매각까지 모두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황이다. 이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냥 분할한다’에서 ‘누군가에게 넘긴다’로까지 넓어진 셈이다.
1차 비구속 입찰 마감, 본격 3파전 구도
시장의 관심 속에 11월 20일(현지 시각) 마감된 1차 비구속 입찰에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 컴캐스트(Comcast), 넷플릭스(Netflix) 세 곳이 WBD 인수를 타진하는 1차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WBD 인수전은 ‘3파전’ 구도를 갖추게 됐다.
다만 이번 제안은 어디까지나 비구속(non-binding) 단계다. 인수 가격, 결제 방식, 자산 분할 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은 앞으로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친 실사와 협상 과정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WBD 이사회와 재무·법률 자문사는 연말 전후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압축하는 것을 목표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전 포인트는 세 후보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파라마운트(Paramount)와 스카이댄스(Skydance)가 결합한 스튜디오 그룹,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NBCUniversal)과 스카이(Sky)를 보유한 거대 케이블·통신 사업자,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트리밍 1위 플랫폼이라는 서로 다른 출신 배경을 갖고 있다. 각각 그들이 노리는 자산과 감당할 수 있는 규제·재무 리스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최종 그림도 ‘누가 전체를 사느냐’에서 ‘누가 무엇을 나눠 갖느냐’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공룡’ WBD가 매물이 된 이유
WBD는 명실상부한 ‘콘텐츠 공룡’이다. 워너 브라더스(영화 스튜디오)와 DC 유니버스, HBO,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Max), CNN, 디스커버리(Discovery), TNT 등 할리우드와 글로벌 방송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 상당 부분이 WBD 우산 아래 있다. 극장용 블록버스터, 프리미엄 유료 채널, 리얼리티·다큐멘터리, 24시간 뉴스 채널까지 한 회사 안에서 생산·유통되는 구조다.
이 점 때문에 WBD는 “한 회사가 새로 만들어내기엔 거의 불가능한 포트폴리오”라는 평가를 받는다. 누구든 WBD를 품게 되는 순간, 스트리밍 경쟁력과 극장 라인업, 채널·광고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미디어 10년 판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딜’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화려한 포트폴리오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보장할 수는 없다. WBD는 2022년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 합병 당시부터 총부채 504억달러(2022년 3분기 기준, 약 74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부채를 안고 출발했다. 이후 2022~2024년 동안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부채를 상환해 왔고,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현금 43억달러(약 6조 3천억 원), 총차입금 345억달러(약 51조 원), 재무제표 상 총부채 약 335억달러(약 49조 원), 순레버리지 3.3배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순부채 340억 달러(약 50조 원)라는 숫자는 스트리밍·케이블 사업의 성장 둔화와 맞물려 시장에 적잖은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내 전통 케이블 네트워크의 시청·광고 감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광고시장 위축까지 겹치면서 “현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이 부채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강화된 것이, 이번 분할·매각 검토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트리밍 성장 한계와 케이블 하락, 구조 전환의 압박
HBO·맥스(Max)와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는 여전히 강력한 IP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다만 스트리밍 시장이 초기 고성장 국면을 지나 수익성 압박 단계에 들어선 만큼, 단순히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구독자를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부채를 상쇄하기 어려워졌다. WBD 역시 가격 인상과 광고형 요금제 도입, 콘텐츠 제작 수 조정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을 병행해왔지만, 시장은 보다 근본적인 구조 재편을 요구해왔다.
최근 전통 케이블·위성 채널 사업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CNN, TNT, 디스커버리 채널 등은 여전히 글로벌 도달력을 갖고 있으나, 미국 내 케이블 가입자 감소와 광고 단가 하락의 직격탄을 피하긴 어렵다. WBD 입장에서는 “스트리밍·스튜디오 자산은 살리고 케이블 자산은 정리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검토와 인수전은 사실상 구조 전환을 위한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통매각, 분할매각, 노딜… 이사회가 고를 수 있는 시나리오
현재 WBD 이사회 앞에 놓인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같은 전략적 투자자에게 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통매각(full buyout) 시나리오다. 둘째, 스튜디오·스트리밍, 케이블·뉴스 채널 등으로 회사를 분할한 뒤, 각각 다른 플레이어에게 나눠 파는 분할매각 옵션이다. 셋째, 가격·규제 등 조건에서 어느 쪽과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잠정적으로 ‘노딜’을 선택하는 경우다.
통매각은 단번에 부채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카드지만, 그만큼 거래 규모와 규제 리스크가 크다. 분할매각은 규제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자산 쪼개기 과정에서 WBD가 기대하는 가치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노딜 시나리오의 경우, 이미 시장에 매각 검토를 공개한 상황에서 주주·채권자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사회는 “누가 우리를 얼마나 비싸게 사줄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떤 구조가 가장 빨리 규제 문턱을 넘고, 재무 건전성과 사업 안정성을 회복시킬 것인가”를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 [상편]에서는 인수전의 구도와 WBD의 재무·사업 배경을 살펴봤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컴캐스트, 넷플릭스 세 후보의 이해관계와 규제·정치 리스크, 그리고 한국 시장에 미칠 파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