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2026 성장전략...스트리밍 수익성, 채널 IP, 240억달러 콘텐츠 투자의 삼각편대

디즈니+·훌루, 내실 있는 수익 전환이 no.1 목표...규모에서 수익으로 전환

2025년 4분기 디즈니의 DTC(Direct-to-Consumer) 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3억5,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디즈니+와 훌루 가입자는 1분기 만에 1,240만명이 순증해 총 1억 9,570만명을 달성했다. 이처럼 디즈니는 지금까지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규모 확보”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제는 그 규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으로 바꾸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디즈니의 4분기 실적에서 흥미로운 점은 역시 선형(linear) 방송 부문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에서는 기대를 웃돌았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내부적으로 2026년 스트리밍 사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DTC 매출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다. 콘텐츠 비용 증가 속도는 그보다 “상당히 느리게” 가져가겠다는 방침도 함께 나왔다.

선형 채널이 끌어오는 가입자, 스트리밍의 숨은 엔진

스트리밍 성장은 결국 콘텐츠가 만든다. 패롯 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는 전체 신규 가입자의 25.5%를, 훌루 오리지널은 약 12%를 차지하며 가입자 획득의 양대 축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것은 폭스(Fox), FX, ABC 등 선형 채널 출신 작품이었다. 이들 선형 채널 시리즈가 지난 1년간 디즈니+·훌루 글로벌 시리즈 기반 신규 가입자의 약 40%를 담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 실적에서 선형 TV는 ‘부진한 사업’ 임은 분명했지만,  방송 부문의 콘텐츠 IP는 스트리밍 성장의 엔진으로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디즈니+와 훌루의 구독자 유입 경로(Q3 2024 ~ Q2 2025)
(출처 : Parrot Analytics)

FX 드라마 ‘에일리언: 어스(Alien: Earth)’는 공개 후 6일 동안 전 세계에서 약 920만 회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디즈니+와 훌루 합산 기준 FX 역사상 가장 큰 스트리밍 론칭 실적을 기록했다.

ABC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 역시 2021년 이후 스트리밍에서 가장 큰 매출 기여를 하는 심야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진행자의 징계로 단기 이탈(churn)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은 디즈니가 관리해야 할 변수로 지목된다.

FX 채널의 "Alien: Earth"

240억달러 콘텐츠 투자, ‘양’에서 ‘질’로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휴 존스턴은 2026 회계연도 콘텐츠 투자 계획을 240억달러로 제시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비중은 대략 5대5로 나뉘며, 엔터테인먼트 쪽이 다소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330억달러까지 치솟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과잉 제작” 국면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존스턴은 당시를 돌아보며 “너무 많은 콘텐츠를 밀어내느라 품질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성장하는 전체 콘텐츠 예산 안에서 시장별·장르별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로컬 콘텐츠 투자를 늘려 체류시간과 이탈 방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번들·통합 앱·포털 전략: 가격 인상과 이탈 관리

디즈니는 2025년 10월 디즈니+, 훌루, ESPN+의 단독 요금을 다시 한 번 인상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격 대비 수요가 다소 비싸게 보이게 만들어 해지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번들 업셀(bundle upsell)’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실제로 가격 인상 이후 플랫폼 간 비교에서 단독 상품은 비싸지만, 미국 내 디즈니+와 훌루 번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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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2025년 10월, 디즈니+ 광고 포함 요금을 월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광고 없는 ‘디즈니+ 프리미엄’을 15.99달러에서 18.99달러로 인상을 단행

훌루(광고 포함)는 9.99달러에서 11.99달러, ESPN 셀렉트(기존 ESPN+ 기본 스트리밍 요금제)는 11.99달러에서 12.99달러로 인상하며 핵심 단독 상품의 가격대를 일제히 인상했다.

기술 전략 측면에서는 2026년을 목표로 디즈니+와 훌루의 통합 앱을 구축 중이다. 하나의 앱 안에서 두 서비스의 콘텐츠를 오가게 함으로써 이탈을 줄이고 이용시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 목표다. 존스턴은 디즈니+를 “소비자가 디즈니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관문의 포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디즈니는 향후 게임, 커머스 등으로 접점을 확장할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ESPN·스포츠, 성장 속도는 늦추고 수익성 관리

2026년 디즈니의 콘텐츠 예산 절반은 스포츠에 배분된다. 8월 출범한 ‘ESPN 언리미티드(ESPN Unlimited)’는 출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가입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가입자의 80%가 디즈니+·훌루·ESPN+ ‘트리오 번들’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번들이 스포츠 OTT 확장의 핵심 통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디즈니 번들
(출처 : Disney)

디즈니는 2026년 전체 스포츠 부문 이익이 한 자릿수 초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는 NFL, UFC 등 대형 리그 중계권료 집행 시점이 2·3분기에 집중돼 단기 수익성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대신 4분기 이후에는 중계권료 부담이 줄어들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M&A 대신 포트폴리오 최적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넷플릭스, 컴캐스트, 파라마운트 등 잠재 인수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디즈니는 거리를 두고 있다. 존스턴은 “현재 포트폴리오에 매우 만족한다”며 대규모 인수합병 필요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에픽게임즈 지분 투자처럼 전략적 의미가 있는 소규모 ‘턱인(tuck-in)’ 딜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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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인(tuck-in) 딜(Deal)’은 대형 M&A가 아니라 기존 사업에 쏙 끼워 넣는 작은 인수로, 보통 규모가 작은 회사·스튜디오·스타트업을 사서 특정 기술이나 IP, 인력·노하우, 지역·니치 시장 같은 걸 빠르게 확보하려 할 때 쓰는 방식으로 핵심 사업을 보완·강화하기 위한 보조적·전략적 인수를 말함

가입자 경쟁 이후, 진짜 전쟁터는 ‘콘텐츠 성과 지표’

디즈니의 2026 성장전략은 스트리밍에서 두 자릿수 이익률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형 채널의 강력한 IP를 스트리밍으로 재활용하고, 240억달러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질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 번들과 통합 앱, 디즈니+ 포털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표는 단순한 가입자 수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 유료 순증과 매출 성장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될 전망이다.

결국 ARPU, 번들 전환율, 시리즈별 가입자 획득·유지 효과 등 ‘콘텐츠 단위 성과 지표’가 디즈니의 2026년 전략을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