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NFL이 만든 기록의 달 11월 미국 TV 시장, 방송과 스트리밍이 동시에 웃었다
2025년 11월 미국 TV 산업은 전월 대비 시청량이 5.5% 증가하면서 ‘역사적인 한 달’로 기록됐다.
닐슨(Nielsen)의 통합 시청 지표 더 게이지(The Gauge)에 따르면, 11월 전체 TV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추수감사절과 NFL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겹치며, 방송(Broadcast)과 스트리밍이 동시에 성장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11월 하루 기준 최고 시청일은 단연 추수감사절이었다. 이날 미국 시청자들은 하루 동안 총 1,034억 분(103.4 billion minutes)의 TV를 시청했다. 이는 더 게이지 집계 이후 최고의 수준으로, 미국 TV 소비가 여전히 ‘국경일 + 스포츠’ 조합에서 폭발력을 가진다는 점이 재 확인됐다.
방송 점유율 23.2%…NFL이 만든 세 달 연속 반등
11월 방송(Broadcast) 점유율은 23.2%로 전월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10월(22.9%)에 이어 세 달 연속 케이블을 앞선 수치이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방송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7% 증가했다.
상승의 거의 전부는 스포츠에서 나왔다. MLB 월드시리즈 후반부(FOX), NFL과 대학 풋볼(ABC·CBS·FOX·NBC)이 동시에 편성되며, 방송 스포츠 시청은 전월 대비 30% 급증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포츠가 방송 콘텐츠 편성 시간의 약 3%에 불과함에도, 방송 전체 시청의 37%, TV 전체 시청의 6.4%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더 게이지 집계 이래 스포츠 장르 최고 비중이다.
연령대 확장 효과도 확인됐다. NFL 중계 덕분에 30세 미만 시청은 21%, 2~11세 어린이 시청은 27% 증가했다. 방송이 ‘고령층 매체’라는 고정관념을 NFL이 다시 한번 깨뜨린 셈이다.
스트리밍 46.7%…양적 성장의 중심은 여전히 넷플릭스
스트리밍은 11월 전체 TV 시청의 46.7%를 차지해 점유율 기준으로는 여전히 절대 플랫폼 지위를 지켰다.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8% 증가했고, 11월 한 달 동안 역대 TOP10에 해당하는 ‘최대 스트리밍 일’이 무려 5일이나 등장했다.
스트리밍 성장을 상징하는 콘텐츠는 단연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였다. 기묘한 이야기는 11월 한 달 동안 약 120억 분(11.8 billion minutes)이 시청되며 월간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추수감사절 CBS NFL 경기(치프스 vs 카우보이스)가 기록한 117억 분과 거의 동일한 수치로, 라이브 스포츠와 SVOD 킬러 콘텐츠가 ‘결과적으로 같은 파괴력’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이 영향으로 넷플릭스는 11월 점유율 8.3%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스트리밍 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절대 타이틀 하나가 플랫폼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다.
스포츠는 스트리밍에서도 성장 엔진...피콕·파라마운트+, NFL로 두 자릿수 성장
NFL 효과는 스트리밍에서도 명확했다. 다중 플랫폼 사업자(Multi-platform distributors)가 가장 큰 수혜자였다.
피콕(Peacock)은 NFL 썬데이 나이트 풋볼(Sunday Night Football)과 추수감사절 당일 편성 효과로 월간 시청 22% 증가라는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피콕의 평균 시청자는 240만 명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때문에 피콕의 전체 TV 점유율은 11월 1.9%로, 올림픽 비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라마운트+(Paramount+) 역시 NFL과 오리지널 시리즈 ‘랜드맨(Landman)’ 복귀 효과로 18.4% 성장, 전체 점유율 2.3%를 달성했다. 10월에 이어 11월 역시 ‘NFL 중계 보유 여부’가 스트리밍 성과를 좌우하는 결정 변수로 작동한 셈이다.
케이블 20.5%…MLB 공백이 남긴 하락
반면 케이블(Cable)은 20.5%로 사상 최저 월간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청 시간은 전월 대비 3% 감소했다. 가장 큰 요인은 프로야구(MLB) 포스트시즌 종료였다. 이로인해 케이블 스포츠 시청은 전월 대비 42% 급감했다.
다만 완전한 침체는 아니었다. 연말 시즌을 앞두고 케이블 영화 채널 시청은 22% 증가하면서 완충 역할을 했다. ESPN의 NFL 중계 역시 여전히 케이블 내 핵심 콘텐츠로 기능하면서 케이블 점유율을 방어하기도 했다.
TV, 더 이상 이분법은 아니다.
11월 미국 TV 시장은 더 이상 방송 vs 스트리밍의 제로섬 구도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줬다. NFL이라는 단일 콘텐츠가 방송 시청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피콕·파라마운트+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까지 견인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초대형 오리지널이 SVOD 영역에서 동등한 파괴력을 입증하며, 라이브와 비(非) 라이브의 경계 역시 흐려지고 있다.
10월이 “NFL이 방송을 살렸다”는 달이었다면, 11월은 “NFL이 TV 전체를 움직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연말과 플레이오프 시즌으로 갈수록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TV 산업은 지금, 하나의 스포츠 IP를 중심으로 방송과 스트리밍이 동시에 회전하는 ‘단일 생태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