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칼럼] 시청을 설계하지 못한 동계올림픽, 일본은 넓혔고 한국은 좁아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이제 10일이 지났다. 폐막일(2월 23일)까지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으니, 대회는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하는지 몰랐다”에서부터 “어디서 중계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로 결론 내리기엔 성급하다. 관심은 동계올림픽이라는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가 그 콘텐츠를 ‘어떻게 만나게 되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시차 조건이 비슷한 일본이 같은 시간 장벽을 안고도 한국만큼 냉담한 분위기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점은, 지금의 현상이 단순히 시차 탓이나 동계올림픽 관심 하락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차이는 종목의 매력이나 국가대표 성적보다, 접근성과 시청 경험을 만드는 설계에서 갈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도달’이 얇아졌다. TV 중계는 JTBC 단독으로 좁아졌고, 온라인 중계는 네이버 스포츠와 치지직 중심으로 제공된다. 지상파 다채널 구조가 빠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종목을 채널 수로 분산해 담아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 시청자는 예전처럼 채널을 돌리다 경기를 우연히 만나는 경험이 줄어든 대신, 특정 채널과 특정 온라인 경로를 의식적으로 찾아가야 하는 적극적 시청 의도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보편적 시청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별개로, 체감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은 반대로 분산과 보완을 기본값으로 둔다. NHK와 민방이 컨소시엄 형태로 권리를 운영하면서 지상파와 위성(BS) 편성이 여러 갈래로 흐르고, 온라인에서는 티버(TVer) 같은 무료 스트리밍 입구가 넓게 열려 있다. 티버는 TV 편성에서 다 담기 어려운 종목과 시간을 온라인이 흡수해, 시청자가 새벽 경기든 비인기 종목이든 접근 경로를 더 쉽게 찾게 한다. 개회식 시청률 같은 지표가 빠르게 공유되고, “올림픽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가 뉴스와 편성으로 반복 노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차는 불리하지만, 선택지가 많으면 장벽의 체감은 낮아진다.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일본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TVer
(출처 : TVe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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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er(티버)는 일본 주요 민영방송사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식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기본 성격은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AVOD). (2015년 서비스 론칭)
- 방송에서 나간 프로그램을 일정 기간 ‘놓친 방송 다시보기’ 형태로 제공
- 무료인 대신 광고가 붙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

TVer가 일본에서 중요한 이유? 일본에서는 방송사 앱이 제각각 흩어지면 이용자가 분산되고 불법 유통에 밀리기 쉬운데, TVer는 한 앱/한 웹사이트에서 여러 방송사 프로그램을 모아보게 만들어 진입장벽을 낮추었음. 결과적으로 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도 TV 편성으로 다 담기 어려운 경기·종목을 온라인에서 흡수하는 게이트 역할을 하기가 좋음

시청 방법은? 스마트폰/태블릿/PC는 기본이고, 커넥티드TV나 스트리밍 기기(예: Fire TV Stick 등)를 통해 TV 대화면 시청을 지원. TVer ID(무료)를 쓰면 기기 간 즐겨찾기/이어서 보기 같은 편의 기능이 강화됨

ㅇ 수익화 방법은? 티버는 유료 구독형이 아니라 광고로 운영되는 모델. 광고주 입장에서는 TV급 프리미엄 인벤토리를 디지털에서 집행할 수 있고, TVer도 타깃팅형 광고 상품을 전면에 내세움

요즘 시청은 더 이상 ‘거실의 단체 관람’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관심 종목의 하이라이트를 짧게 소비하고, 순간적으로 라이브로 넘어가며, 다시 클립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일상화됐다. 그래서 핵심은 ‘발견→전환→체류’다. 일본은 방송 노출과 온라인 문턱이 함께 작동하며, 명장면을 발견한 뒤 곧바로 라이브(Live)나 다시보기로 이동하는 동선을 만들기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한국은 JTBC가 방송권과 디지털 제공 권리를 함께 확보했음에도, 올림픽을 한 곳에서 탐색하고 전환시키는 통합 스트리밍 허브 경험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NBC의 피콕(Peacock)이나 HBO Max처럼 멀티뷰, 종목별 큐레이션, 개인화 알림, 하이라이트에서 라이브로 이어지는 전환 설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다종목 경기의 시청은 ‘보는 행위’가 아니라 ‘찾는 노동’이 된다.

여기에 ‘갈등 비용’이 ‘노출 공백’으로 번진 측면도 크다. 한국에서는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정리되지 못한 채 단독 중계가 굳어지면서, 지상파의 뉴스·예능·교양과 결합하던 연쇄 노출이 약해졌다. 과거에는 경기 생중계가 아니더라도 하이라이트 코너, 선수 인터뷰, 분석 콘텐츠가 여러 프로그램에 분산되며 관심을 재점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순환이 얇아졌고, 올림픽은 ‘집에 켜두면 보이던 이벤트’에서 ‘찾아가야 하는 이벤트’로 성격이 바뀌었다. 네이버가 ‘같이보기’ 같은 커뮤니티 기능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고 해도, 이용자가 올림픽을 발견하는 첫 화면이 넓게 깔리지 않으면 커뮤니티 기능은 한정된 집단 안에서만 작동하기 쉽다. 결국 “볼 수는 있는데, 굳이 찾아가서 볼 이유가 약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수치가 보여주는 것도 결국 ‘피크’와 ‘누적’의 차이다. JTBC는 쇼트트랙 등 인기 종목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제시하며 관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특정 경기의 순간 집중이 곧 대회 전체의 체감 분위기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올림픽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노출되지 않으면 관심은 하이라이트 소비로 파편화되고, 공동체적 축제의 온도는 올라가기 어렵다. “피크(Peak)는 있지만 넓게 깔리지 않는다”는 인상이 남으면, 온라인 화제성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같은 이벤트라도 얼마나 쉽게 발견되고, 얼마나 매끄럽게 전환되며,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적 분위기’가 달라진다. 일본은 미국처럼 거대 플랫폼 번들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다채널 도달과 무료 디지털 입구를 결합해 최소한 ‘보는 길’을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책 논쟁이 남긴 공백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국민의 시청권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언급하며, 방송사 간 중계권 협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제약적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이는 단순히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어떤 공공적 기준으로 유통시키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보편적 시청권 논의가 지나치게 ‘유통 구조’에만 머물고, 실제 시청권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방치된 측면도 있다. 관련 고시가 오랜 기간 실질적으로 업데이트되지 못한 점 역시, 이번 논란을 키운 배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보편적 시청권 금지행위 세부기준은 10년 전 2016년 개정 후 바뀌지 않았다.

일본은 권리 구조가 관행으로 굳어져 충돌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회 전부터 편성 안내와 특설 페이지가 일관되게 노출되며 시청 습관을 만든다. 한국은 권리 확보 이후의 실행 설계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논쟁은 커지고 경험은 얇아지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해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시청자에게 올림픽이 ‘보이게’ 만들고, 관심이 생긴 순간 한 번에 라이브로 넘어가게 하며, 놓친 경기는 리플레이와 하이라이트로 다시 붙잡는 준비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JTBC는 중계권을 확보한 2019년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이 보여주는 차이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분산된 도달과 명확한 입구”다. 글로벌 축제인 올림픽은 개최국과 중계국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NBC유니버설은 피콕을 통해, WBD는 HBO Max와 디스커버리+를 통해, 일본은 TVer와 NHK ONE을 적극 이용한다. 시차는 ‘핑계’가 아니라 ‘설계의 변수’로 관리된다. 올림픽은 한 번의 중계가 아니라 2주 동안 반복 노출되는 경험 산업이다. 결국 시청자는 콘텐츠만이 아니라 경로를 소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