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조 원 베팅…파라마운트, WBD 통째로 인수 추진·넷플릭스 철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 인수전의 최종 승기를 잡았다. WBD 이사회가 파라마운트의 수정 제안을 ‘우월한 제안(Superior Proposal)’으로 판단하자, 넷플릭스(Netflix)는 매칭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스트리밍 1위 플랫폼이 헐리우드 핵심 스튜디오를 흡수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는 결국 ‘가격’과 ‘리스크’ 앞에서 멈춰 섰다.

1110억 달러(약 159조 원) 올인…“전체 WBD”를 산다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조건은 주당 31달러 전액 현금이다. 총 거래가치는 약 1,110억 달러(약 159조 원)로, 넷플릭스가 합의했던 약 830억 달러(약 119조 원) 규모보다 1.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와 HBO Max(맥스) 중심의 핵심 자산 인수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WBD 전체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CNN, TNT, TBS, 디스커버리 채널 등 케이블 자산까지 포함하는 ‘전면 통합’ 모델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확장이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 간 초대형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극대호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넷플릭스의 결론, “가격을 맞추면 수지가 안 맞는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와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는 “우리가 협상한 거래는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지만, 파라마운트의 최신 제안을 맞추기 위한 가격에서는 더 이상 재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식 인수합병(M&A)의 기준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수는 전략적 상징 보다는 수익 모델과 투자 효율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광고 기반 요금제 확대, 글로벌 가입자 성장, 자체 오리지널 IP와 콘텐츠 확장이라는 본업 전략과 비교했을 때, 고가 인수와 장기 규제 심사를 동시에 떠안는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주식 시장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넷플릭스는 대형 통합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26일 주가 반등 흐름을 보였다.

“The transaction we negotiated would have created shareholder value with a clear path to regulatory approval. However, we’ve always been disciplined, and at the price required to match Paramount Skydance’s latest offer, the deal is no longer financially attractive, so we are declining to match the Paramount Skydance bid.”
“But this transaction was always a ‘nice to have’ at the right price, not a ‘must have’ at any price.”

규제는 변수 아닌 비용…거래 구조를 바꾸다

이번 인수전은 규제가 더 이상 ‘통과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가격과 조건을 직접 바꾸는 비용 요소임을 보여줬다.

파라마운트는 규제 무산 시 부담할 해지 보상 규모를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확대하고, 기존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데 따른 28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종료 수수료까지 부담하기로 하면서 거래의 확실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히 인수가를 주당 31달러로 올린 것이 아니라, ‘성사 가능성’ 자체에 프리미엄을 붙인 구조다. 가격뿐 아니라 규제 리스크까지 현금으로 담보해 WBD 이사회에 제시한 셈이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1위 사업자가 HBO와 워너브라더스를 흡수할 경우, 글로벌 반독점 심사와 정치적 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했다. 승인 지연은 곧 경영 리소스 소모와 전략 실행 지연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규제 조건에 따른 자산 매각이나 사업 제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가격을 더 얹는 순간 총비용은 단순 인수가를 훌쩍 넘어서는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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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가 WBD에 제안한 주요 내용

- 인수 가격: WBD 보통주 주당 31달러, 전액 현금(all-cash) 제안
- 거래 범위: WBD 전체(선형 채널 포함) 인수 전제
- 지연 보상(틱킹 피/ticking fee): 2026년 9월 30일 이후부터 분기마다 주당 0.25달러에 해당하는 일일 누적(ticking) 보상 제공
- 규제 무산 시 해지보상: 규제 사유로 종결 실패 시 파라마운트가 WBD에 70억 달러 지급
- 넷플릭스 종료 수수료 부담: WBD가 넷플릭스 계약을 종료하며 발생하는 28억 달러(termination fee)를 파라마운트가 부담
- 부채 교환 관련 비용 조정: WBD의 부채 교환(debt exchange)과 연계된 잠재적 금융비용 15억 달러를 제거/상쇄하는 조건 반영
- MAE(중대한 부정적 영향) 조항 조정: WBD Global Linear Networks 실적을 거래의 MAE 정의에서 제외하도록 조건 수정
- 자금 조달(자기자본): 엘리슨 패밀리 트러스트가 457억 달러 자기자본 투입,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개인 보증(백스톱) 제공
- 자금 조달(차입): 575억 달러 규모의 부채 커밋먼트 제공자에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Citi, Apollo 포함
- 일정(가이던스): 규제·주주 승인 전제로 1년 내 종결 목표 제시

스튜디오 통합의 의미…플랫폼 vs 레거시 재편

이번 결과는 스트리밍 경쟁 2단계의 방향을 시사한다. 1단계가 ‘가입자 확보 경쟁’이었다면, 2단계는 ‘지식재산권(IP)과 제작 인프라의 통합’이다. 넷플릭스는 플랫폼 중심 확장을 유지하기로 했고,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의 스튜디오 자산을 대규모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 픽처스라는 전통 스튜디오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순간, 헐리우드 제작·유통 구조는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스케일이 곧 수익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통합 이후 중복 조직 정리, 콘텐츠 전략 재정렬, 부채 관리가 실질적 과제로 남게 된다.

파라마운트의 미래

파라마운트에게 이번 인수는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라 구조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에서 단독으로는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과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WBD 인수는 IP 포트폴리오, 제작 역량, 글로벌 채널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장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첫째, 재무 안정성이다. 전액 현금 중심의 거래는 인수 직후 재무적 차입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투자, 극장용 영화 제작비, 스포츠 중계권 확보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 관리다.

둘째, 브랜드 통합 전략이다. HBO 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 그리고 기존 케이블·위성 채널 묶음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서비스를 합치는 차원이 아니라, 브랜드의 위상 정립과 요금제 체계, 해외 시장 출시 전략까지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콘텐츠 공급 체계의 재정렬이다. 워너브라더스의 대형 시리즈와 영화 지식재산권(IP), 그리고 파라마운트의 기존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통합 효과가 달라진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게임, 오프라인 체험 행사, 캐릭터 상품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확장 모델을 구축해야만 대규모 인수로 늘어난 부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수는 “플랫폼이 스튜디오를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가 얼마나 빠르게 재편에 성공하느냐”의 시험대가 된다. 넷플릭스는 본업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고, 파라마운트는 더 큰 판을 선택했다.

파라마운트가 이 거대한 통합을 ‘규모’가 아니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