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극장으로 돌아오나…사란도스 ‘CinemaCon 회동’

넷플릭스(Netflix)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가 주요 극장 체인 CEO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자사 영화의 극장 배급 확대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사란도스는 영화관 업계 최대 행사인 시네마콘 2026(CinemaCon 2026)에 처음 참석해 AMC 극장 CEO 아담 아론(Adam Aron), 리갈(Regal) CEO 에두아르도 아쿠냐(Eduardo Acuna), 시네마크(Cinemark) CEO 숀 갬블(Sean Gamble) 등과 직접 회동했다.

그동안 ‘스트리밍 중심’ 전략을 고수해온 넷플릭스가 극장과의 협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 전략의 방향 전환을 가늠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CinemaCon 2026 찾은 Ted Sarandos (사진은 가상 합성)

극장과의 관계 복원…“협력 가능성 탐색”

이번 회동에서 사란도스는 AMC 시어터스(AMC Theatres), 리갈 시네마(Regal Cinemas), 시네마크(Cinemark) 등 주요 극장 사업자들과 만나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상영 확대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최대 2~3주 수준의 제한적 극장 상영만을 유지하며 스트리밍 공개를 우선해왔다. 이는 극장 업계가 요구하는 장기 상영(window)과 충돌하면서 갈등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는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호 이익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스트리밍 vs 극장…수익 모델 충돌 여전

넷플릭스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극장 개봉이 오히려 플랫폼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OTT 영화들은 극장 개봉 이후 스트리밍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내부 평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에서는 극장 개봉이 콘텐츠 인지도와 화제성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스트리밍 성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이는 애플(Apple)과 아마존(Amazon)이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경쟁 OTT의 성공 사례가 압박 요인

대표적으로 애플(Apple)의 영화 ‘F1’은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와의 협력을 통해 극장 개봉을 진행하며 약 6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Apple TV+ 공개에서도 높은 시청 성과를 이어가며, 극장 개봉이 오히려 스트리밍 성과를 증폭시키는 ‘시너지 모델’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박스오피스 수익을 넘어, 극장 개봉 자체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아마존 MGM(Amazon MGM) 역시 유사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Project Hail Mary)’는 5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며 극장 중심 배급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이후 Prime Video 유입 확대까지 견인하는 성과를 냈다. 아마존은 이를 바탕으로 극장 개봉작의 상영 기간(window)을 충분히 확보하는 전략을 유지하며, 전통 스튜디오와 유사한 배급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의 F1과 아마존 MGM의 Project Hail Mary

이처럼 경쟁 OTT들이 ‘극장 → 스트리밍’ 순환 구조를 통해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기존 ‘스트리밍 직행’ 전략은 상대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은 극장 개봉이 실패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와 화제성을 확보해 이후 스트리밍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를 제한적으로 극장에 선보여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짧은 상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관객 유입과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극장과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전략이 충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경쟁 OTT의 성공 사례는 넷플릭스에 구조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장을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 가치 증폭 장치’로 활용하는 전략이 산업 전반에서 확산되면서, 넷플릭스 역시 기존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나니아’ 실험…극장 전략의 시험대

넷플릭스는 올해 대형 프로젝트 ‘나니아(Narnia)’를 통해 극장과 스트리밍을 결합한 새로운 배급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이 연출한 이 작품은 IMAX 극장에서 제한적으로 선공개된 뒤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기존보다 확장된 극장 전략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프리미엄 상영 포맷(IMAX)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단순 이벤트를 넘어 극장 유통을 본격 전략에 포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극장 업계의 반발도 크다. 약 2주 수준의 짧은 독점 상영 기간은 전통적인 45일 내외의 극장 상영 기간(window)에 비해 지나치게 짧아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럽 극장 체인 VUE CEO 팀 리차즈(Tim Richards) 역시 유사 모델에 대해 산업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IMAX와 넷플릭스 간 직접 계약으로 극장 체인들이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는 OTT가 특정 상영 포맷을 통해 기존 극장 유통 구조를 우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나니아’는 넷플릭스의 전략 전환을 가늠할 핵심 시험대다. 극장 개봉이 인지도와 스트리밍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릴 경우, 넷플릭스는 보다 적극적인 극장 전략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의 나니아 2026
(출처 : 나니아 트레일러)

“플랫폼 기업에서 콘텐츠 스튜디오로” 전환 신호

이번 행보는 단순한 유통 전략 변화가 아니라, 넷플릭스의 정체성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스트리밍 플랫폼’에 머물렀던 넷플릭스가 점차 전통 스튜디오와 유사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워너브러더스 인수 추진 과정에서 극장 비즈니스 이해도가 높아진 점이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란도스 역시 “비즈니스는 종교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고 언급하며 기존 입장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넷플릭스의 극장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경쟁 대응’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트리밍과 극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