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6관왕 ‘One Battle After Another’…전통 스튜디오의 반격
2026년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가 작품상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올해 시상식의 최대 수상작으로 기록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1997년 첫 아카데미 후보 지명 이후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오랜 커리어 끝에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시상식은 한국 미디어 산업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러 흐름을 보여줬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영향력, 스트리밍 플랫폼의 제작 참여 확대, 글로벌 콘텐츠 다양성 강화, 그리고 K-팝과 같은 비영어권 문화의 확장 등 산업 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의 압도적 존재감…전통 스튜디오 시스템의 반격
이번 시상식의 최대 승자는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였다. 이 작품은 작품상(Best Picture), 감독상(Best Director), 각색상(Adapted Screenplay), 남우조연상(Actor in a Supporting Role), 편집상(Film Editing), 캐스팅상(Achievement in Casting) 등 총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사실상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특히 앤더슨 감독은 1997년 첫 아카데미 후보 지명 이후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오랜 커리어 끝에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함께 또 다른 주요 수상작인 ‘시너스(Sinners)’는 모두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한 작품이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등 스트리밍 기업들이 영화 제작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통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여전히 강력한 제작·배급 역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의 제작 투자와 글로벌 배급망이 여전히 아카데미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시너스(Sinners)’의 기술 부문 강세…감독 중심 제작 모델의 성공
라이언 쿠글러(Ryan Coogler) 감독의 영화 ‘시너스(Sinners)’는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16개 부문 후보(노미네이트)에 오르며 시상식 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었다.
최종적으로는 남우주연상(Best Actor)을 수상한 마이클 B. 조던(Michael B. Jordan)을 비롯해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촬영상(Cinematography), 음악상(Original Score) 등 총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특히 촬영감독 어텀 듀럴드 아르카포(Autumn Durald Arkapaw)가 여성 최초로 촬영상(Cinematography)을 수상한 점은 영화 산업의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또한 감독이 작품의 세계관과 스타일을 강하게 주도하는 ‘감독 중심 영화(Director-driven film)’가 여전히 아카데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 중심의 상업 영화 시장과는 다른 창작 중심 영화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트리밍 플랫폼 제작 확대
전통 리우드 스튜디오의 강세 속에서 넷플릭스(Netflix), 애플(Apple), A24 등 다양한 플랫폼 기반 제작사도 눈에 띄는 작품을 배출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미술상(Production Design), 의상상(Costume Design), 분장·헤어상(Makeup and Hairstyling) 등 총 3개 기술 부문을 수상하며 제작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고딕 분위기의 미장센과 정교한 분장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플이 제작한 영화 ‘F1’ 역시 음향상(Sound)을 수상하며 기술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 제작과 배급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영화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 이번 수상은 전략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OTT 플랫폼이 영화 제작 투자와 글로벌 배급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영화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재편되고 있지만, 글로벌 배급망과 대규모 제작 투자, 스타 배우 캐스팅 등에서 강점을 가진 전통 스튜디오 시스템이 여전히 오스카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K-팝(K-pop)의 글로벌 문화 영향력 확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였다. 장편 애니메이션상(Animated Feature)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영화 OST ‘골든(Golden)’으로 주제가상(Original Song)도 함께 수상했다. 이는 K-팝(K-pop) 음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식 수상 기록을 남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음악 산업과 글로벌 영화 산업이 결합하는 새로운 콘텐츠 모델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K-팝 IP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는 구조는 향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요한 전략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부문 최고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지난 주 시즌2 제작을 결정했다.
글로벌 영화 다양성 확대…유럽 영화의 약진
국제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은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털 밸류(Sentimental Value)’가 수상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국 중심 영화뿐 아니라 유럽, 중동, 남미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들이 꾸준히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영화 다양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 영화는 예술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국제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 부문에서 강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창작자들의 작품도 최근 아카데미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2020년 ‘기생충(Parasite)’의 4관왕 이후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의 ‘미나리(Minari, 2021)’와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2024)’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계 창작자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2023)’ 역시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shortlist)에 오르며 글로벌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캐스팅상(Achievement in Casting)’ 신설
올해 시상식에서는 새로운 부문인 ‘캐스팅상(Achievement in Casting)’이 처음 도입됐다. 이는 2002년 장편 애니메이션상(Animated Feature)이 도입된 이후 약 20여 년 만에 추가된 새로운 시상 부문이다. 첫 수상자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의 캐스팅 디렉터 카산드라 쿨루쿤디스(Cassandra Kulukundis)가 수상했다.
캐스팅 디렉터(Casting Director)는 배우 선발과 캐릭터 구성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공식 시상 부문이 없었다. 이번 시상 부문 신설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캐스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변화로 평가된다.
이는 영화 제작이 단순히 감독과 배우 중심의 창작을 넘어, 다양한 제작 전문 인력이 협력하는 산업 구조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ㅇ 작품상: One Battle After Another
ㅇ 감독상: Paul Thomas Anderson – One Battle After Another
ㅇ 남우주연상: Michael B. Jordan – Sinners
ㅇ 여우주연상: Jessie Buckley – Hamnet
ㅇ 여우조연상: Amy Madigan – Weapons
ㅇ 장편 애니메이션상: KPop Demon Hunters
ㅇ 국제영화상: Sentimental Value (노르웨이)
ㅇ 다큐멘터리 장편상: Mr. Nobody Against Putin
ㅇ 각색상: One Battle After Another
ㅇ 각본상: Sinners
ㅇ 음악상: Sinners
ㅇ 촬영상: Sinners
ㅇ 미술상: Frankenstein
ㅇ 의상상: Frankenstein
ㅇ 분장상: Frankenstein
ㅇ 음향상: F1
ㅇ 시각효과상: Avatar: Fire and Ash
이번 시상식은 전통 스튜디오의 영향력, 스트리밍 플랫폼의 제작 확대, K-팝 문화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드러난 행사였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는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등 전통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경쟁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 확인됐고, 넷플릭스(Netflix)와 애플(Apple)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기술 부문과 제작 투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산업이 극장 중심의 콘텐츠 시장을 넘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글로벌 IP 산업과 결합하며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OTT 중심 제작 구조 확대, K-콘텐츠 글로벌 협업, IP 기반 콘텐츠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