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광고를 콘텐츠로 바꾼다…AI 기반 미디어 전략 공개
파라마운트(Paramount Global)가 스카이댄스(Skydance)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뉴욕에서 진행한 업프론트(Upfront) 행사를 통해, 콘텐츠·광고·플랫폼을 통합하는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광고 세일즈와 함께 향후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서 경쟁하기 위한 구조 전환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특히 콘텐츠 지식재산(IP), 광고 기술, 스트리밍 플랫폼을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결합하는 ‘통합형 미디어 기업’ 모델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광고주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끌었다.
소규모 업프론트 전략…“대규모 이벤트 대신 정밀 타깃”
이번 행사는 약 100명 규모의 소규모로 진행됐다. 기존 전통적인 5월 업프론트 위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이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광고회사별 맞춤형 ‘파트너십 디너(Partnership Dinner)’ 형태를 도입해 광고주와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업프론트가 대형 공연장 중심의 ‘노출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협업을 기반으로 한 ‘관계 중심 광고 모델’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이다.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시카고(Chicago) 등 주요 도시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며, 광고주별 니즈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전략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로 광고 시장의 기준이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에서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중심 미디어 기업으로 전환…AI·데이터 기반 광고 강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조된 키워드는 ‘기술’이다. CEO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은 콘텐츠 기업을 넘어 기술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엘리슨은 스토리텔링과 마케팅의 결합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광고가 콘텐츠 외부 요소가 아닌 ‘경험의 일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광고가 콘텐츠 흐름을 끊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파라마운트는 고정형 광고 유닛(Fixed Ad Units), AI 기반 ‘에이전틱 바잉(Agentic Buying)’ 등 새로운 광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파라마운트 미디어 랩스(Paramount Media Labs)’를 중심으로 광고 제작과 데이터 분석을 통합해 광고 효율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광고 경쟁의 핵심이 ‘노출량’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타깃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랫폼 통합 전략…스트리밍 구조 재편
스트리밍 전략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파라마운트는 SVOD(구독형 주문형 비디오, Subscription Video On Demand)와 AVOD(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 Advertising Video On Demand)를 통합하는 ‘플랫폼 컨버전스(Platform Convergence)’를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통합 아이덴티티(Unified Identity)’ 구축이다. 이용자의 시청 패턴, 콘텐츠 선호도, 광고 반응 데이터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 관리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광고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는 스트리밍 경쟁이 콘텐츠 확보 중심에서 데이터 활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의 역할도 ‘콘텐츠 제공’에서 ‘경험 설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플루토TV 대개편…FAST 시장 본격 공략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플랫폼인 플루토 TV(Pluto TV)는 이번 전략의 핵심 축으로 등장했다. 파라마운트는 올여름 플루토TV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플루토TV 시청의 약 65%는 파라마운트 라이브러리 콘텐츠에서 발생하고 있다. 플루토TV는 이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콘텐츠 큐레이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외부 콘텐츠 라이선싱을 확대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병행한다.
이는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중심의 구독형 시장과 함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이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FAST 특성은 이용자 확대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IP·프랜차이즈 중심 전략…콘텐츠 경쟁력 재확인
기술과 광고 전략이 강조됐지만, 중심에는 여전히 콘텐츠가 있다. 테일러 셰리던(Taylor Sheridan)의 ‘더튼 랜치(Dutton Ranch)’, ‘더 매디슨(The Madison)’ 등 프랜차이즈 콘텐츠와 CBS 인기 프로그램들이 파라마운트의 주요 자산으로 제시됐다.
파라마운트는 자사가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시대에도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유지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플랫폼과 기술이 결합되더라도,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콘텐츠 확대…광고 시장의 핵심 자산
NFL(미국 프로풋볼 리그, National Football League), 마스터스(The Masters), March Madness(NCAA 대학농구 토너먼트), UFC(종합격투기 리그) 등 스포츠 콘텐츠도 중요한 축으로 강조됐다.
스포츠는 높은 도달률과 실시간 시청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로, 광고 시장에서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라이브 스포츠는 광고 회피가 어려워 광고 효과 측면에서도 높은 가치를 가진다.
이는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스포츠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시청 유인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00억 달러 빅딜…글로벌 미디어 재편 신호탄
이번 전략은 WBD(Warner Bros. Discovery) 인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약 1,100억 달러(약 160조 6,000억 원) 규모의 인수가 완료될 경우, 파라마운트는 디즈니(Disney), 넷플릭스(Netflix)와 경쟁하는 초대형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콘텐츠 라이브러리,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츠 권리를 결합한 구조가 완성되면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내 반발 등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도달’에서 ‘공명’으로…광고 패러다임 변화
이번 업프론트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변화는 광고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깊이 있는 연결을 만들어내는지가 핵심이다.
엘리슨이 강조한 ‘공명(Resonance)’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콘텐츠와 광고가 분리된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되는 방향이다.
결국 파라마운트의 전략은 콘텐츠 IP, 데이터 기술, 광고 생태계를 결합해 ‘관심(Attention)’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는 선택지가 넘치는 환경에서 시청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는 판단으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