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엔터테인먼트, 버티컬 영상 플랫폼 ‘Holywater’ 지분 인수...AI 기반 버티컬 드라마 제작 본격화

“세로형 영상이 미래다”… AI 결합한 차세대 콘텐츠 제작 본격화

미국의 폭스 엔터테인먼트(Fox Entertainment)가 버티컬(세로형) 영상 플랫폼 Holywater(홀리워터)의 지분을 인수했다. 폭스는 향후 2년간 홀리워터의 드라마 플랫폼인 '마이 드라마(My Drama)'를 위해 버티컬 영상 시리즈 200편 이상을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폭스가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스마트폰 중심의 시청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앞으로 폭스는 홀리워터와 함께 오리지널 버티컬 시리즈 제작, 광고 판매, 브랜드 제휴 등 전방위적 협력에 나선다. 아울러 폭스가 보유한 방송 및 영화 IP를 세로 포맷으로 확장한 ‘스토리텔링 확장판(Storytelling Extension)’ 프로젝트도 병행할 예정이다.

폭스는 구체적인 지분율과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거래를 통해 홀리워터 콘텐츠 생태계와 폭스의 제작 역량을 결합, 차세대 영상 포맷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홀리워터가 서비스하고 있는 버티컬 드라마 플랫폼 'My Drama'
(출처 : Holywater)

“AI로 진화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실험장”

롭 웨이드(Rob Wade) 폭스 엔터테인먼트 CEO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혁신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결정짓고 있다”며 “버티컬 영상 투자는 폭스가 미래형 스튜디오로 발전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Holywater는 기술을 창의력과 결합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선구적 기업”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폭스가 크리에이터와 스토리텔러들이 아이디어를 더 빠르고, 더 유연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Holywater 공동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보흐단 네스빗(Bogdan Nesvit)과 아나톨리 카시아노프(Anatolii Kasianov) 역시 “세로 스트리밍은 현재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폭스와의 협업은 우리가 추진해온 ‘버티컬 시리즈의 대중화’ 비전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는 “Holywater는 AI를 활용해 깊이 있는 서사를 구현하며, 버티컬 영상이 단순한 숏폼 유행이 아니라 프리미엄 드라마·스릴러·로맨스 등 장르 콘텐츠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500만 명 이용하는 ‘버티컬(세로형) 콘텐츠 생태계’

2020년 설립된 Holywater는 현재 전 세계 5,5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버티컬 콘텐츠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대본 작성·편집·배우 연출 등 제작 공정을 자동화하고, 짧은 영상 포맷으로 드라마를 구성하는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Holywater의 주요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
ㅇ My Drama: AI와 실사 제작이 결합된 버티컬 드라마 플랫폼

ㅇ FreeBits: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앱

ㅇ My Passion: 독립 작가용 디지털 서적 출판 플랫폼

ㅇ My Muse: 생성형 AI로 제작되는 버티컬 시리즈 플랫폼

‘My Drama’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The Shy Beauty and the Billionaire Beast(수줍은 미녀와 억만장자 야수)’, ‘Pregnant Cinderella(임신한 신데렐라)’ 등 수백 편의 미니 드라마를 서비스 중이다. Holywater는 틱톡(TikTok), 메타(Meta), 구글(Google) 등 글로벌 테크기업과 제휴를 맺고 콘텐츠 확산력을 높이고 있다.

My Drama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The Shy Beauty and the Billionaire Beast(좌), Pregnant Cinderella(우)

폭스, 향후 2년간 200편 이상 제작

폭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는 이번 협약을 통해 향후 2년간 Holywater의 ‘My Drama’를 위해 200편 이상의 버티컬 영상 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이다.

첫 프로젝트는 ‘Billionaire Blackmail’과 ‘Bound by Obsession’으로, 현재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번 제작에는 폭스의 다양한 스튜디오 브랜드가 참여한다. 스크립티드(각본형)·언스크립티드(비각본형) 스튜디오를 비롯해, 고든 램지(Gordon Ramsay)의 Studio Ramsay Global, 애니메이션 전문 Bento Box Entertainment 등이 포함됐다. 폭스는 자사가 보유한 350편 이상의 플랫폼 전용 영화 라이브러리와 스타급 배우 인맥을 Holywater와 공유해 협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폭스는 배우 존 햄(Jon Hamm), 미니 드라이버(Minnie Driver), 해나 와딩햄(Hannah Waddingham), 켄 정(Ken Jeong) 등과 새로운 개발 계약을 추진 중이다. Holywater 콘텐츠에 참여할 할리우드 인재 라인업도 곧 공개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에는 글로벌 미디어 투자사 더 레인 그룹(The Raine Group) 이 Holywater 측의 재무 자문을 맡았다.

폭스의 ‘크리에이터 생태계’ 확장 행보

Holywater 인수는 폭스가 추진 중인 ‘크리에이터 중심 스튜디오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폭스는 올해 6월에도 크리에이터 경제 플랫폼 ‘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에 투자하며 디지털 창작 생태계 확대에 나섰다. 또 LA 센추리시티에 위치한 폭스 스튜디오 부지를 ‘창작 허브(Creator Hub)’ 로 재편, AI·버추얼 제작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스튜디오로 전환할 계획이다.

폭스 측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형태는 이미 수직으로 전환됐다”며 “Holywater와의 협력은 폭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젊은 층과 직접 맞닿는 통로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평가와 향후 전망

미국 업계는 폭스의 이번 투자를 “전통 미디어 기업의 체질 변화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폭스가 TV 네트워크 중심의 구조를 넘어, 숏폼·버티컬 중심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Variety) 역시 “폭스가 방송사 중 최초로 버티컬 포맷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며 “AI 활용과 IP 확장 전략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콘텐츠 양산이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과, 광고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과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틱톡·유튜브 숏츠 등 이미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버티컬 드라마’가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

폭스의 버티컬 투자 사례는 웹툰·웹소설 기반 콘텐츠가 강세인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시리즈 등이 이미 세로형 웹드라마 제작을 시도하고 있으며, Holywater의 ‘AI 기반 버티컬 드라마’ 모델은 이러한 흐름의 글로벌 버전이라 할 수 있다. Holywater식 모델은 한국형 IP 확장에도 적용 가능하다. 웹툰·웹소설을 세로 드라마로 전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K-콘텐츠의 새로운 진출 통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Holywater 지분 인수는 폭스가 방송 중심 미디어 기업에서 ‘크리에이터 중심 디지털 스튜디오’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버티컬 영상이라는 새로운 서사 포맷에 대한 실험이 단기 유행에 그칠지, 혹은 차세대 주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폭스가 던진 승부수는 분명 콘텐츠 산업의 방향을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