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넷플릭스와 디즈니… 결국은 IP

2025년, 넷플릭스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는 미국 댈러스와 필라델피아에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를 각각 오픈한다. 2025년 연말 쇼핑 시즌 전에 맞춰 오픈을 완료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넷플릭스는 팬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몰입형 공간 구성, 시즌별 콘텐츠 교체, 그리고 음식·리테일을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글로벌 확장도 가능하다.

넷플릭스 하우스 컨셉 디자인
(출처 : Netflixhouse.com)

넷플릭스 하우스는 단순히 팝업스토어나 이벤트 공간만은 아니다. 이곳은 넷플릭스가 자사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조성해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 게임’, ‘러브 이즈 블라인드’ 등 글로벌 히트작을 실제로 걸어 다니고, 체험하고, 먹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댈러스 지점은 현지 대형 쇼핑몰인 갤러리아 댈러스(Galleria Dallas)의 2층을 통째로 차지하며, 필라델피아의 ‘킹 오브 프로이시아 몰(King of Prussia Mall)’에도 동일한 형식의 체험 공간이 마련된다. 이곳에선 팬들이 '오징어 게임'의 유리 다리를 직접 건너고,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를 걸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주제로 한 음식과 굿즈를 소비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이 같은 시도는 얼핏 디즈니랜드와 유사해 보인다. 실제로 콘텐츠 IP를 오프라인 체험으로 확장하고, 팬과의 접점을 극대화해 수익을 다변화하는 구조는 디즈니가 수십 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경험 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디즈니랜드와는 다른 ‘넷플릭스 하우스’의 방식

디즈니랜드는 자체 부지에 수천 에이커 규모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마블·픽사·스타워즈 등 수십 년 동안 쌓아온 IP를 기반으로 완전한 세계관 체험을 제공한다. 반면 넷플릭스 하우스는 대형 쇼핑몰 내에 입점한 실내형 복합 리테일 공간으로, 접근성과 확장 가능성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또한 디즈니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가족 친화형’ 브랜드라면, 넷플릭스는 성인 타깃의 글로벌 팬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해왔다. 즉, '아이와 함께 가는 놀이공원'이 아니라, '20~40대 팬들이 콘텐츠를 몰입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다.

넷플릭스 하우스는 테마파크의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면서, 글로벌 쇼핑몰 입점 모델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시즌별 IP 교체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여기엔 스트리밍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그 이상'을 지향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반영돼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광고 기반 요금제, 게임 사업, 몰입형 팬 이벤트(Tudum),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시도로 스트리밍 이외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 넷플릭스 하우스는 ‘IP 실물화’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수익 다각화의 핵심은 결국 IP

넷플릭스와 디즈니, 두 기업의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된 출발점은 ‘강력한 IP 자산’에 있다. 디즈니는 100년에 걸쳐 축적된 수많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영화, 시리즈, 게임, 테마파크, 머천다이징, 크루즈 등으로 확장시켜왔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글로벌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IP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한국 콘텐츠 산업은 중요한 딜레마에 직면한다. 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그 지적재산(IP)의 실질적 소유권은 한국에 없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D.P.'는 한국 제작사가 만들었지만, 판권과 상표, 머천다이징, 리메이크 권리 등은 모두 넷플릭스 소유다. 한국은 뛰어난 기획력과 제작 역량을 가졌음에도, 콘텐츠 산업의 핵심 자산인 IP의 통제권은 글로벌 플랫폼에 넘어가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계약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제작사가 안정적인 투자 유치 없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 글로벌 유통망과 머천다이징 인프라 부족, 그리고 국내 사업자의 영향력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한국 제작사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도, IP를 통한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IP 주권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전환 필요

앞으로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에서 나아가, ‘IP를 보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국내 스트리밍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가 중요하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이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제작지원보다는 IP 소유권 확보와 활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작사 스스로도 IP를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웹툰·게임·전시·라이브 콘텐츠 등으로의 확장을 준비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디즈니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만의 방식으로 팬과의 접점을 확장하며, IP 중심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도 더 이상 ‘제작 수주’에 머물지 말고, IP 주도형 산업 구조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IP는 결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이며, 이 싸움에서 소유권을 가진 자만이 진짜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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