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겨냥한 아마존 프라임의 YA 장르…넷플릭스와 다른 길로 가는 아마존 공식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가 Z세대(Gen Z) 시청자를 겨냥해 ‘청춘 로맨스(Young Adult·YA)’ 장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이 성인 중심의 대작 경쟁에 몰두한 사이, 아마존은 감정·공감·참여를 키워드로 한 YA 콘텐츠를 앞세워 독자적인 팬덤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작인 '더 서머 아이 턴드 프리티(The Summer I Turned Pretty)'는 그 중심에 있다. 제니 한(Jenny Ha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틱톡(TikTok)과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팬덤을 결합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넷플릭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YA 장르, 다시 전면에
한때 미국 TV 시장을 주도했던 YA 장르는 넷플릭스와 OTT가 활성화된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가십걸(Gossip Girl)’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Pretty Little Liars)’ 등 대표작이 사라지면서, 방송사가 성인 취향의 프리미엄 콘텐츠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임 비디오는 이 공백을 새로운 기회로 삼았다. 버논 샌더스(Vernon Sanders) 아마존 MGM 스튜디오 글로벌 TV 대표는 지난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YA 콘텐츠는 순수한 열정과 감정적 몰입으로 글로벌 확산이 가능하다”며 “젊은 여성층이 문화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시청률이 아니라 ‘팬 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했다. 시청자의 감정 몰입이 SNS 활동과 2차 창작으로 이어지며, 콘텐츠가 스스로 확산되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틱톡에서 시작된 팬덤
'더 서머 아이 턴드 프리티' 시즌 3은 공개 첫 주 전 세계 2,500만 명이 시청하며 프라임 비디오의 YA 전략을 증명했다. 닐슨 스트리밍 통계에 따르면 시즌 3의 누적 시청 시간은 52억 분을 돌파했다.
흥행의 비결은 ‘틱톡형 전략’이다. 제작진은 드라마 속 장면을 중심으로 댄스 챌린지, 해시태그 놀이, 밈(Meme) 제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SNS에서 확산된 밈과 팬 영상은 시리즈의 홍보 역할을 대신했다.
리치 에이전시(Reach Agency) 전략이사 에밀리 싱어는 “제니 한과 제작진은 철저히 틱톡 세대의 언어를 이해했다”며 “이 작품은 Z세대가 자발적으로 소비하고 재가공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프라임 비디오는 소셜팀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해, 팬들의 반응과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메트로 PR의 전략담당 수석 라우라 잘라이에 따르면 “아마존은 마케팅을 ‘콘텐츠의 일부’로 인식하고, 제작 초기부터 SNS 흐름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몰아보기’ 대신 ‘기다림’
아마존은 시즌 3부터 전편 공개 방식을 버리고 주간 공개로 전환했다. 한 번에 소비하는 넷플릭스식 ‘몰아보기’ 대신, 매주 새로운 화제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택했다.
제니 한은 “시청자에게 기다림의 감정을 주는 것이 드라마의 즐거움”이라며 “한 주를 기다리는 동안 팬덤이 더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영 주차마다 닐슨 시청시간이 꾸준히 상승했고, 에피소드 9(파리 편)에서는 7억3천만 분을 기록했다.
주간 공개는 팬들이 각 에피소드의 결말을 해석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과거 ‘가십걸’이 팬 블로그를 중심으로 문화 현상이 됐다면, '더 서머 아이 턴드 프리티'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음악이 만든 감정의 공명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은 시리즈 성공의 또 다른 핵심이다. 제작진은 극 중 주요 감정선마다 스위프트의 곡을 배치해 감정적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Z세대 여성층의 다수가 스위프트 팬이라는 점은 드라마와 완벽히 겹쳤다. 팬들은 스위프트의 노래를 배경으로 한 장면을 클립으로 편집해 공유했고, 이는 시리즈의 확산 속도를 가속화했다. 음악이 스토리의 연장선이 된 셈이다.
제니 한은 “스위프트의 노래는 인물의 감정과 성장 과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였다”고 설명했다.

작가 중심 IP 확장
아마존은 시리즈 종영 직후, 제니 한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는 극장판 영화 제작을 발표했다.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공동 성명에서 “이 시리즈는 세대 간 공감과 감정의 연결을 만든 세계적 현상”이라며 “팬들에게 완결의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판은 원작 소설 3부작의 마지막 결혼 에피소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일 시리즈를 장기 IP로 확장하려는 아마존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프라임 비디오는 이미 차기 YA 프로젝트로 '위 워 라이어스(We Were Liars)'와 '포스 윙(Fourth Wing)' 등을 개발 중이다.
넷플릭스와 다른 공식
아마존의 YA 전략은 넷플릭스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첫째, ‘기다림의 미학’이다. 넷플릭스는 단기간의 시청률을 노리지만, 아마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팬덤이 자라나도록 유도했다.
둘째, ‘감정의 확장’이다. 음악·틱톡·커뮤니티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 콘텐츠를 감정의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셋째, ‘리테일 시너지’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드라마 속 소품과 의상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OTT와 커머스의 결합은 넷플릭스가 시도하지 못한 영역이다.
또한 아마존은 자체 도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버논 샌더스 대표는 “우리는 이미 어떤 이야기가 독자에게 먹히는지 알고 있다”며 “책에서 화면으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말했다.
‘몰입’에서 ‘참여’로, OTT의 새로운 방향
프라임 비디오의 YA 전략은 단기적 흥행을 넘어 플랫폼 전략의 전환점을 보여주었다. 다만 과제도 명확하다. 팬덤 중심 구조는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지만, 동시에 피로감과 반복 소비의 한계를 내포한다. 후속작이 전작의 감정적 몰입도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브랜드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또한 Z세대·여성 중심의 팬층이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보편적 확장성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아마존이 YA 장르를 통해 ‘감정 기반 플랫폼 전략(emotion-driven platform strategy)’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지 '더랩(The Wrap)'은 “넷플릭스가 ‘시청률’의 플랫폼이라면, 아마존은 ‘감정’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서머 아이 턴드 프리티(The Summer I Turned Pretty)'의 성공은 단순한 서사의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Z세대의 감정 구조·커뮤니티 소비 패턴·참여형 시청문화를 정밀하게 해석한 결과다. OTT 시장이 기술력과 자본력 중심에서 정서적 공감·팬덤 지속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지금, 프라임 비디오의 전략은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Z세대를 겨냥한 아마존의 YA 공식은 장르 이상의, 플랫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든 ‘몰입의 시대’를 지나 아마존과 틱톡이 이끄는 ‘참여의 시대’가 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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