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 스트리트 새 시즌은 넷플릭스 품으로… 흥행에 이어 공영성까지 확보

넷플릭스가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제작사인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과 계약을 맺고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독점 스트리밍 권리를 확보했다.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는 1969년 미국 PBS를 통해 첫 방송된 이후, 50년 넘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교육용 프로그램이다. 엘모, 쿠키 몬스터, 빅버드, 애비 캐더비, 오스카 등의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유아들의 인지 발달, 정서 교육, 사회성 함양을 목표로 구성되어 어린이 예능을 넘어선 공공 교육 콘텐츠로 평가받는 프로그램이다.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이 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에미상(Emmy Awards)과 그래미상, 피바디상, 케네디센터 공로상까지 수상하며,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인정 받았다. 무엇보다 전 계층의 아동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공익성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 독점으로 스트리밍 되는 세서미 스토리
(출처 : TUDUM BY NETFLIX)

HBO Max와의 이별, 넷플릭스와의 새 동행

넷플릭스와 독점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한 세서미 스트리트는 2025년 말 방영 예정인 시즌 56부터 넷플릭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회차 중 90시간 분량의 에피소드도 라이브러리 콘텐츠로 제공받게 된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세서미 스트리트를 계약할 수 있었던 건, 기존 파트너였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와 HBO Max가 5년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독점권을 계약했다고 해도, 세서미 스트리트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PBS 공영방송과 PBS Kids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신규 에피소드가 넷플릭스와 동일한 날짜에 무료로 방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서미 워크숍이 지난 50여 년간 이어온 공공성과 접근성을 계속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다.

새로운 형식, 새로운 이야기, 그러나 익숙한 감동

시즌 56은 ‘세서미 스트리트’ 형식 변화도 예고되었다. 기존에는 30분 분량의 에피소드가 여러 개의 짧은 코너들로 구성되었지만, 이제부터는 각 에피소드가 11분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물론 일부 인기 코너는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이는 캐릭터 중심의 정서적 이야기와 몰입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세대의 시청 습관에 맞춘 변화로 평가된다.

또한 인기 코너였던 ‘엘모의 세상(Elmo’s World)’과 ‘쿠키 몬스터의 푸디 트럭(Cookie Monster’s Foodie Truck)’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새로운 코너인 ‘쿠키 몬스터의 쿠키 카트’와 ‘애비의 요정 정원’ 등도 새롭게 추가된다. 이 밖에도 ‘123번지의 이야기(Tales From 123)’라는 애니메이션 코너를 통해, 엘모와 친구들이 사는 건물 내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다시 돌아온 인기 코너, 엘모의 세상’과 ‘쿠키 몬스터의 푸디 트럭
(출처 : Sesame Street Youtube)

이번 시즌의 총괄 프로듀서로는 세서미 워크숍 부사장 살 페레즈(Sal Perez)와 케이 윌슨 스탤링스(Kay Wilson Stallings)가 참여하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Karma’s World’와 ‘Dee & Friends in Oz’의 수석 작가였던 헬시온 퍼슨(Halcyon Person)이 새롭게 합류해 창의적 색채를 더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어린이 콘텐츠의 공공성과 글로벌 확산 사이에서 균형 모색

넷플릭스의 이번 계약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이미 '미즈 레이첼(Ms. Rachel)', '개비의 돌하우스(Gabby’s Dollhouse)', '코코멜론 레인(CoComelon Lane)' 등 인기 유아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어린이·가족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약 15%를 차지할 만큼 탄탄한 수요층을 갖고 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글로벌 교육 자산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브랜드다. 넷플릭스는 이 브랜드를 통해 유료 구독 기반의 수익 모델과 비영리 공공 서비스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복합적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계약을 통해 넷플릭스는 ‘세서미 스트리트’와 ‘Mecha Builders’ 관련 게임 개발 권한까지 확보하면서,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한 멀티 플랫폼 확장 기회를 얻었다. 이는 기존의 ‘카르마의 세상(Karma’s World)’이나 ‘코코멜론’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 AR/VR 요소, 상품화까지 연계된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며, 넷플릭스가 추진 중인 게임 콘텐츠 강화 노선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넷플릭스는 키즈부터 장년까지 넷플릭스 울타리에 가두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공영방송과 글로벌 플랫폼의 협력 모델, 새 시대 연다

넷플릭스와 세서미 워스숍의 계약은 ‘동시 방송’이라는 형태를 통해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내 시청자에게는 PBS를 통해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유료 구독자에게 새로운 에피소드를 최초로 제공하며 전 세계적 확산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의 새로운 공공-민간 협력 모델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PBS의 CEO 폴라 커거(Paula Kerger)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어린이 교육의 핵심 축이었으며, 우리는 이 전통을 넷플릭스와 함께 이어가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세서미 워크숍 또한 “넷플릭스의 글로벌 도달력과 PBS의 지역 커뮤니티 기반을 결합한 이번 파트너십은 전 세계 어린이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 strongly believe that our educational programming for children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aspects of our service to the American people, and Sesame Street has been an integral part of that critical work for more than half a century. We’re proud to continue our partnership in the pursuit of having a profound impact on the lives of children for years to come.” by Paula Kerger

세서미 스트리트의 다음 챕터가 주는 메세지

세서미 스트리트는 원래 미국 공영방송 PBS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던 교육 프로그램이었지만, 2015년 세서미 워크숍이 HBO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계약에 따라 새로운 시즌은 HBO에서 먼저 공개되고, 수개월 뒤 홀드백을 거친 뒤 PBS를 통해 방영되는 구조로 변경되었다.

이는 세서미 스트리트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엄 유료 케이블TV 중심으로 편성된 사례로 기록된다. HBO를 통해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저소득층 가정이나 유료 TV 접근이 어려운 시청자들에게는 최신 교육 콘텐츠의 접근성을 제한한다는 것 때문에, 일부 교육계 인사들과 언론은 “모든 아동에게 열려 있어야 할 공공 교육 콘텐츠가 상업 논리에 편입됐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PBS와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하게 되면서, 세서미 스트리트는 콘텐츠의 공익성과 접근성을 지키면서도 플랫폼 다변화와 글로벌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사례로 주목받게 되었다.

반면 한국의 어린이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열악한 제작 환경과 낮은 투자 등으로 인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도 어린이 프로그램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IP 창출도 드문 상황이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행보는 전통적 교육 콘텐츠가 시대에 맞는 유통 전략과 파트너십을 통해 어떻게 산업화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한국도 어린이 콘텐츠를 전략적 문화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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